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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와 경호의 충돌: 박종준 전 경호처장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첫 공판 쟁점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은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수사와 관련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할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처장은 당시 행위가 경호관으로서 임무에 충실한 것이었으며, 공권력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반면 내란특별검사팀은 박 전 처장과 윤 전 대통령 등이 공모해 조직적으로 영장 집행을 방해했다고 맞섰다. 함께 기소된 경호처 간부들 역시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상부 지시에 따른 수행이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1. "경호 임무의 연장선": 박종준 전 처장의 고의성 부인
박종준 전 처장은 재판에서 당시의 상황을 "극도의 혼란기"로 규정하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취임 3개월 만에 비상계엄 사태라는 초유의 사건을 맞이했으며,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 시도라는 전례 없는 상황 속에서 경호처 수장으로서 경호관의 본분을 다하려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공수처와의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대통령 권한대행과 법률대리인단에 중재를 요청하는 등 상황 타개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법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범죄적 고의는 결코 없었음을 피력했다.
2. 특검의 반격: "피고인들 간의 치밀한 공모와 조직적 방해"
내란특별검사팀은 피고인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특검은 박 전 처장과 김성훈 전 차장, 그리고 수사 대상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사전에 긴밀히 공모하여 헌법 기관인 공수처의 정당한 법 집행을 무력화했다고 보았다. 특히 경호처라는 국가 무력 조직을 동원해 법원이 발부한 영장 집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한 것은 단순한 업무 수행을 넘어선 특수공무집행방해이자 직권남용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여 사법 절차를 회피하려 했다는 것이 특검의 핵심 공소 요지다.
3. 비화폰 정보 삭제와 총기 휴대: 김성훈 전 차장의 엇갈린 진술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측은 공소사실의 상당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일부 핵심 혐의에 대해서는 강하게 선을 그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군사령관들의 비화폰 정보를 삭제하도록 했다는 의혹과 총기를 휴대한 채 공수처 수사관들을 위협하며 수사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당시 경호처 내부에서 내려진 지시의 구체적 성격과 증거 인멸 시도 여부를 가릴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며, 향후 증인 심문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가려져야 할 대목이다.
4. 하급 간부들의 항변: "지시 이행일 뿐 죄의식 없었다"
함께 기소된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과 김신 전 가족경호부장 등 실무 간부들의 입장은 "상명하복"에 방점이 찍혔다. 이들은 영장 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실관계 자체는 부정하지 않았으나, 자신들은 경호처라는 특수한 조직 안에서 상부의 지시를 충실히 수행했을 뿐이며, 그것이 위법한 행위라는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위법한 명령에 대한 복종 의무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조직적 범죄 가담자로서의 책임을 어느 정도까지 물을 수 있는지가 재판부의 판단 과제로 남게 되었다.
5. 헌정 질서 회복의 가늠자: 이번 재판의 역사적 함의
이번 재판은 단순한 형사 사건을 넘어, 비상계엄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공권력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작동했는지를 묻는 역사적 기록이 될 것이다. 경호라는 명분이 헌법에 기초한 사법 절차 위에 존재할 수 있는지를 가리는 엄중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가 박 전 처장의 '의도 없음' 주장과 특검의 '조직적 방해' 주장 사이에서 어떤 법적 결론을 내릴지에 따라, 향후 사법 정의의 기준과 고위공직자의 직무 수행 범위가 새롭게 정립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