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금융 시장이 연말을 앞두고 전례 없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의 압박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부동산 시장 과열 조짐, 특히 서울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한 아파트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는 금융당국의 경계심을 최고조로 끌어올렸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일부 주요 시중은행은 이미 금융당국에 보고한 연간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출 절벽이 작년의 상황을 넘어 재현될 수 있다는 깊은 우려가 금융권 전반에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 중 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은 정책성 상품을 제외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이 이미 연간 목표치를 뛰어넘은 상태입니다. 이러한 초과 달성 현상은 금융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등 더욱 강력한 추가 대출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게 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연말로 향할수록 은행들의 대출 여력이 급격히 소진될 것이 분명해지면서, 서민과 실수요자들의 자금 마련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엄격한 방침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NH농협은행의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농협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로 2조 1천200억 원을 제시했으나, 지난 9월 말 기준 증가액은 이미 2조 3천202억 원으로 목표 대비 109%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8월 말에는 증가액이 목표 대비 180%까지 치솟았다가, 신규 대출을 제한하고 기존 대출 상환을 유도하는 강도 높은 자체 관리 끝에 규모를 일부 줄이긴 했습니다.
[주요 시중은행 가계대출 목표 대비 증가율 (9월 말 기준)]
- NH농협은행: 2조 3,202억 원 증가 (목표 대비 109%) - 목표 초과
- 신한은행: 1조 9,668억 원 증가 (계획 대비 120%) - 목표 초과
- KB국민은행: 1조 7,111억 원 증가 (목표 대비 85% 수준)
- 하나은행: 8천 651억 원 증가 (목표 대비 95% 수준)
신한은행 역시 올해 증가액 목표 1조 6천375억 원을 크게 웃도는 1조 9천668억 원(계획 대비 120%)을 지난달 말 기준 기록하며 목표치를 초과했습니다. 다른 주요 은행인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역시 각각 목표 대비 95%, 85% 수준까지 대출 잔액이 차오르면서 대출 여력이 매우 빠듯한 상황입니다. 이에 은행들은 총량 관리를 위해 대출모집인 채널을 통한 접수를 잇달아 중단하는 등 비상 대응에 돌입했습니다.
연말은 통상 주택담보대출 등 자금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임을 감안할 때, 이러한 은행들의 대출 축소 움직임은 작년 연말에 목격되었던 '대출 보릿고개', 즉 대출 절벽 사태가 올해 더욱 심화되어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은행권은 총량 목표를 맞추기 위해 비대면 창구를 폐쇄하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하여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등 고강도 조치를 취한 바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연말까지 총량 목표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단호한 방침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에 대해서는 내년 대출 허용 한도를 깎는 페널티를 부과할 예정임을 명확히 하며 은행들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다만, 당국 관계자는 일부 은행이 신규 대출을 제한하더라도 모든 은행이 창구를 닫는 것은 아니기에 전면적인 대출 절벽이 발생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면서도, 총량 관리 과정에서 일부 혼란이 나타나더라도 이를 감내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강력한 통제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의 여파는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제2금융권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상호금융업권 역시 대출 문턱을 높이는 추세이며, 새마을금고는 이미 당국에 제출한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이에 새마을금고는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 접수 중단 등 자체적인 관리 방안에 착수했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7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작년 말 대비 약 3.48% 증가하며, 다른 상호금융업권의 증가율(약 0.76%)에 비해 눈에 띄게 가파른 수준을 보였습니다.
신협 등 나머지 상호금융기관과 저축은행업권은 아직 목표 이내에서 관리되고 있지만, 대출 여력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한 상호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대출 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 연말에는 신규 대출을 내주기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토로하며, 제2금융권 이용자들의 자금 경색에 대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한편, 금융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는 와중에 금융당국의 추가 대출 규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전세대출이나 정책대출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현행 40%인 DSR 한도를 35% 안팎으로 낮추는 방안까지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이외에도, 현재 6억 원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4억 원으로 축소하거나, 일정 수준의 주택 가격을 초과할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0%를 적용하는 방안 등 고강도 대책들이 부처 간 물밑 협의 대상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방위적인 대출 조이기가 이어질 경우, 그 부작용으로 실수요자의 자금 접근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대출 규제만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시장의 혼란과 선수요 자극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담대 한도가 4억 원으로 축소될 경우, 시장은 '다음 카드'로 2억 원으로의 축소를 예상하게 될 것이며, 이는 오히려 가까운 미래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를 현재로 끌어당기는 '선수요'를 자극하여 정책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이미 여러 규제로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대출 규제 일변도로 흐를 경우 실수요자의 예기치 못한 자금 경색으로 이어져 주거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이인영 의원은 가계부채 관리가 단순한 총량 억제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DSR 등 대출 규제만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무주택 실수요자와 자산 취약계층에게 대출 경로가 계속 열릴 수 있도록 맞춤형 정책금융과 이자 부담 완화 등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포용적 금융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위험 관리라는 명분과 서민 경제 안정이라는 현실적 과제 사이에서 보다 균형 잡힌 해법을 모색해야 할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정책적 딜레마와 전망]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 준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나, 연말 대출 절벽 재현과 추가 규제 예고는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에 심각한 장애물로 작용할 위험이 큽니다. 정책의 목표가 부채 위험 완화에만 치중할 경우, 주택 시장의 혼란과 서민 경제의 경색이라는 부작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