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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 '신호위반 치상' 70대 공소기각: 간접증거의 '초 단위 오차 가능성'이 뒤집은 유무죄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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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신호에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다 자전거를 탄 80대 피해자를 들이받은 혐의로 기소된 70대 운전자가 국민참여재판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신호위반의 직접 증거가 부재한 상황에서, 검찰이 제시한 간접 증거의 입증력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한지에 대한 판단이었습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송병훈 부장판사)는 배심원단의 만장일치 평결과 동일하게, 교통 사고분석 결과의 '초 단위 오차 가능성'을 이유로 피고인의 신호위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형사 재판의 대원칙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를 다시 한번 천명한 판결로 평가됩니다.
1. 국민참여재판의 판결: 신호위반 치상 혐의 공소기각
사건의 피고인 A씨(70)는 2023년 9월 오산시 세마교차로에서 황색신호에 좌회전하던 중 자전거를 몰던 83세 B씨를 들이받아 다치게 한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로 기소되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 사건에서 재판부(수원지법 형사11부)는 피고인에 대해 공소기각을 선고했습니다.
공소기각이란 소송 조건이 결여된 경우 법원이 실체적인 유무죄 판단 없이 소송 절차를 종료하는 판결입니다. 이번 사건의 공소기각 사유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른 것으로, 피고인의 신호위반 과실이 인정되지 않아 보험에 가입된 사고에 대해 형사처벌을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2. 사건의 쟁점: 황색신호에 정지선을 통과했는가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A씨가 황색신호에 정지선을 통과하여 신호를 위반했는지 여부였습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르면, 신호위반 등 중과실로 인명사고를 낸 경우에만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반면, 신호위반 행위가 없는 단순 교통사고의 경우, 사고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수사기관 조사 결과, A씨의 차량이 황색신호 이후 정지선을 통과했음을 인정할 수 있는 직접 증거는 없었습니다. A씨 역시 재판에서 "멀리서부터 신호를 보고 있었고, 정지선을 지나자마자 황색신호로 바뀌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신호위반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3. 검찰의 입증 노력: 간접증거인 교통 사고분석 결과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검찰은 간접 증거로 교통 사고분석 결과를 재판부에 제출하며 A씨의 유죄를 입증하려 했습니다. 이 분석 결과에는 피고인 차량 진행 방향 황색신호의 점등 주기와 사고 발생 지점 주변 CCTV 영상 속 보행신호등의 변화 시점을 비교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검찰은 이를 통해 피고인 차량이 황색신호 점등 시점에 정지선 이전에 위치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검찰은 국민참여재판 피고인 신문에서 과거 A씨의 교통법규 위반 단속 및 처벌 횟수, 평소 운전 습관, 사고 당시 운전 속도(시속 46㎞) 등을 언급하며 피고인이 과실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추궁했으나, 이는 배심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4. 배심원과 재판부의 판단: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지 못한 증명력
재판 과정을 지켜본 배심원 7명은 평의 끝에 "A씨의 신호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만장일치로 평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배심원단의 평결을 존중하며, 검찰이 제출한 간접 증거의 증명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교통 사고분석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분석 결과는 1초 이내의 분석 결긧값에 따라 피고인 차량이 황색신호 이후 정지선을 통과했는지 여부가 달라질 수 있음에도 이 분석 결과에는 초 단위의 시간 차에 따른 오차 가능성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재판부는 이 간접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신호위반 과실로 사고를 일으켰음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최종 결론 내렸습니다.
5. 공소기각의 법적 근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적용
재판부는 신호위반 과실이 인정되지 않은 점을 바탕으로 공소기각 사유를 명확히 밝혔습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중과실이 아닌 교통사고의 경우, 사고 차량이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되어 있다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A씨의 차량은 사고 당시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었으므로, 신호위반 과실이 입증되지 않은 이상 공소제기는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형사 재판에서 검찰의 입증 책임과 간접 증거의 한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남게 되었습니다.
법적 시사점: 이번 판결은 과학적 분석 결과가 제시되더라도, 그 분석에 오차 가능성이 존재하고 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면, 유죄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법원의 엄격한 증명 책임론을 재확인했습니다.